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자 :김지호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3-05-22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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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교수 추천 *



“말이 필요 없는 세상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을 굳이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이심전심의 나라 말이야”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첫 책 《말문이 터지는 언어놀이》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18년 차 언어치료사(언어재활사) 김지호. 그가 2007년부터 지난겨울까지 만났던 아이들 가운데 스물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첫 에세이로 썼다.

이 책은 저자의 내밀한 수업 기록임과 동시에 아이들과 선생님의 담담하고 진진한 성장 기록이다. 그리고 저자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수업을 하며 아이들에게 못다 전했던 마음들과 타전할 수 없었던 말들을 이 책에 기록하고자 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실제를 기반으로 했으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특정 인물을 연상할 수 있는 일화를 수정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표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더듬증·다운증후군·중증 자폐성 장애·무발화 등 다양한 사연들을 지닌 아이들을 만난다. 각 장에는 짤막하게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과, 말더듬 치료·조음 치료·어휘 늘리는 법 등 언어수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쓰여 있다. 그뿐 아니라 저자가 치료사 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완벽해지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와 아이들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순간들, 그로 인한 저자의 고민들 또한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저자가 아이들과 언어치료와 학습의 시간을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마음 쌓는 과정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때론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서로를 보듬어주기도 하는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공감하고 눈물짓게 될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세상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을 굳이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이심전심의 나라 말이야. 그런데 진이야, 우리에게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걸 아니? 나는 네가 시소 타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너는 나와 함께 시소 타러 갈 때를 알았지. 나보다 먼저 신발을 신었고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너는 길 건너 카센터에 들고나는 자동차들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발아래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 떼를 관찰하기도 했다. “저건 자동차” “이건 개미” 하고 이름을 알려줄 때면 너는 ‘그게 다 뭐야?’ 하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곤 했지.”



“말더듬은 항상 첫소리에서 시작하지. 그래서 나는 말더듬이 ‘언어의 병목현상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마치 너무 많은 물을 한꺼번에 깔때기에 부으면 죄다 넘쳐서 한 방울도 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너무나 많은 말들이 좁은 터널을 통과하면서 생기는 멈춤, 혹은 정체인 셈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말만 그런 게 아니다. 뭐든 처음이 힘들잖아. 그럴 땐 우리가 그 ‘처음’ 뒤에 줄줄이 세워둔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야. 어서 계산을 마치고 카운터를 통과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등 뒤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것들 말이야. 혹시 그런 성급함과 중압감이 첫걸음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나는 세상과 전혀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에

함께 있는 게 더 좋았던 걸지도 몰라”



언어장애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찾아낸

명사와 형용사와 동사가 사는 곳





저자는 아이들과의 수업에 관해 “세상과 전혀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에 함께했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반듯한 명사가 채워진 아이들의 집, 땀내 나는 동사가 가득한 놀이터, 바스락거리는 형용사가 숨어 지내는 공원…. 언어를 잃은 아이들이 잠시 머무는 이 낭만적인 세계에서 저자는 명사와 형용사와 동사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뛰어논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우리에게 언어가 없다면〉에서는 말더듬·언어장애로 답답해하는 아이들과의 수업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말더듬 증상이 있던 만4세 수야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와 낱말의 첫소리를 늘려 말하거나 동화를 함께 들으며 조금씩 대화를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폐성 진단을 받은 초등학생 돌이와는 놀이터에서 자주 그네타기를 한다. 저자는 돌이를 통해 언어치료라는 것은 타인이 소통 상대임을 인식시켜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그리고 언어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믿음 쌓기라는 것을 강조한다.

2부 〈완벽한 소통의 순간〉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소통과 교감이 더욱 잘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소통이 잘 이루어졌던 관계뿐 아니라 실패로 인해 상처 입었던 순간들도 진솔하게 써내려간다. 중증 뇌 병변 장애 아이 세이와의 수업에서는 저자가 수업 도중 실수로 인형을 바닥에 떨어뜨렸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그간 아무 반응도 하지 않던 세이가 인형에 반응해 해맑게 웃었던 것을 계기로 친밀한 관계(라포)를 형성하고 수업을 발전시킨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중학생이었던 결이와는 두 달간의 수업 끝에 결국 라포를 쌓는 데 실패한 뒤 아이 쪽에서 수업을 종료하게 된 실패 경험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결이에게 포용력 있게 다가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편지로 못다 전한 미안한 마음을 건네기도 한다.

3부 〈우리가 그린 행복의 모양〉에서는 언어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제 나름대로의 행복의 모양을 추구하고자 했던 아이들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전농(양쪽 귀가 모두 들리지 않음)으로 태어나 말이 서툴던 호야가 그래픽 기술자격 자격증을 따게 된 이야기는 장애가 있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경계성 인지장애로 스스로 ‘열등함’을 느꼈던 필이의 에피소드는 선생님과 필이와의 내면의 단단함을 쌓아올리는 수업을 통해 행복이 ‘우등함’과 ‘열등함’, 그리고 사회적 기준의 ‘정상성’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어쩌면 나는 세상과 전혀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에 너와 함께 있는 게 더 좋았던 걸지도 몰라. 그래서 그때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돌아가던 길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 있는 건지도. 희아야, 우리가 나누었던 많은 말들이 저 하늘의 별처럼 많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주에는 수많은 별이 소멸하고 새로이 태어나는 일이 반복된다는 사실도. 그러면 내가 너의 미소를 볼 때마다 느꼈던 새로운 마음을 너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언어가 없다면 모두 ‘나’일까? 아니면 ‘너’일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큼 이해하고 있는 걸까”



오해를 넘어 이해의 말들이 담긴,

소통이 필요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





저자는 한 아이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언어치료 수업을 했지만 그 시간 동안 변화가 거의 없거나 여전히 자기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기 어려운 아이들도 많았다. 그럴수록 저자 또한 마음이 조급해져 아이를 다그치고 자신을 자책하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다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누군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저자의 진심어린 치료수업의 기록들과 마음들이 가득하다. 아이에게 언어장애가 있거나 언어발달이 조금 늦거나, 부모와의 소통이 서툴러 혹시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는 부모들이 책을 읽는다면 전문가인 저자의 조언에 따라 간단한 언어놀이를 배울 수도 있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타인과의 소통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언어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통찰과 공감을 준다. 저자는 ‘완벽한 언어’를 주고받는다는 것에 대한 본질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리는 표면적으로 타인과 언어를 주고받지만 마음속의 뜻을 상대방에게 오롯이 전달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타인의 뜻을 완벽하게 전달받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한 아이에게 전하는 편지를 통해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손짓과 몸짓으로도 대화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며, “가슴에 새겨질 아름다운 무늬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에서 서로 오해와 이해의 말들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가 다른 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행복의 모양을 그리며 지내기를 소망한다.



“민아, 너는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이 말했고 쉽게 화를 냈으며 잘할 수 없는 것들을 두려워했다. 너는 불안했고 그래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런 일은 다시 생길 거야. 그럴 때면 생각하렴, 이 세계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 네가 있다고 말이야. 그러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거야. 말없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해. 역설적이게도 그게 우리가 낯선 이들과 끊임없이 말과 글을 나누는 이유란다. 우리는 서로 어떻게든 이어져 있단다. 그러니 외로워 마,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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