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 무리가 해마다 늘어간다.
엄지손톱만 한 반달 모양의 녹 하나하나가 햇빛을 받아 선연한 핏빛을 반사한다. 흙 한 줌 물기 한 방울 없는 곳에서 피는 꽃의 생명은 어디서 오는 걸까? (중략)
아버지가 만든 손톱만 한 반달 모양의 줄칼은 생명을 앗는 칼이 아니다. 꺼져가는 생명 을 살리려는 의사의 메스도 아니다. 나라를 지키라고 왕에게서 하사받은 사인검四寅劍도 아니다. 그것은 가족을 위한 칼이었다.
〈줄칼〉 중 / 2020년 포항스틸에세이공모전 대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