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공녀 강주룡

체공녀 강주룡

  • 자 :박서련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1-08-2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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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너는 네가 바라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싸우고 고뇌하고, 사랑하며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왜곡되지 않은 여성 영웅, 으뜸 고운 강주룡의 삶과 사랑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등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의 스물세 번째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이 출간되었다. 《체공녀 강주룡》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전기 소설이다.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심사 당시 “거침없이 나아가되 쓸데없이 비장하지 않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으나 자기 연민이나 감상에 젖지 않는 이 인물을 통해 우리는 전혀 다른 여성 서사를 만난다”(평론가 서영인), “이렇게 근사한 소설, 참으로 오랜만이다”(소설가 한창훈), “놀라운 생동감으로 역사의 책갈피 깊숙이 숨어 있는 아름다운 인간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든다”(작가 정여울) 등 심사위원들의 강렬한 지지를 받으며 205편의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작가가 구사하는 간도 사투리의 말맛은 ‘새터민일 것이다’, ‘나이 지긋한 기성 작가일 것이다’라는 추측과 함께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수상자 박서련은 2015년 단편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신인으로, 《체공녀 강주룡》은 그가 처음 완성한 장편이자 첫 책이다. 작가는 새롭고도 단단한 상상의 힘으로 미처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역사 속 인물 ‘강주룡’을 지금의 우리 곁으로 소환한다. 간도와 평양을 오가는 광활한 상상력에 ‘강주룡’이라는 매혹적인 인물을 불러낸 이 강렬한 이야기는 지금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뒤집어진 인간을 마주하는 뒤집어진 마음



소설은 1, 2부로 나뉘어 강주룡의 삶을 자상히 이야기한다. 스물이라는 늦은 나이에 다섯 살 연하의 최전빈과 혼례를 치르고, 남편을 따라 독립군 부대에 들어가며, 가족을 따라 강계에서 간도, 다시 사리원으로 이어지던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는 1부와, 사리원을 떠나 도착한 평양에서 고무 공장 일을 하며 모던 걸을 꿈꾸면서도, 파업단에 가입하고 정달헌과 함께 적색노동조합원으로 활동하며 공장주들에게 투쟁하다 끝내 을밀대 지붕 위에 오르고야 마는 순간까지를 그린 2부가 그렇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마자 먼저 보게 되는 건 1부도 2부도 아닌 ‘병’이라는 장이다. 작가는 강주룡의 사랑이나 삶에 대해 채 설명하기도 전에 ‘단식’을 하며 투쟁 중인 ‘강주룡’을, ‘가장 작은, 가장 나중 된 저항의 몸짓’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을 맞닥뜨리게 한다.



오래 주렸다. _본문 중에서



압축적이고 긴장된 첫 문장은 단번에 우리를 사로잡는다. “타인에게 폭력적이기보다는 차라리 자기를 잡아먹는 뒤집어진 인간, 하지만 저항의 존엄을 끝까지 상실하지 않는 인간”(심사평 中)인 강주룡을 맞닥뜨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 또한 무언가 조금은 뒤집어져야 한다는 듯이.



우리에겐 일하는 여성 영웅이 필요하다



비록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주룡은 평생 처음으로 제가 고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풀고 옷을 벗을지 옷을 벗고 머리를 풀지를 선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부모를 따라서 이주하고, 시집을 가래서 가고, 서방이 독립군을 한대서 따라가고, 그런 식으로 살아온 주룡에게는, 자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저 자신이 정하는 경험이 그토록 귀중한 것이다. 고무 공장 직공이 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일말 서러운 일일지언정. _본문 중에서



강주룡이 선택하고 살아냈던, ‘자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저 자신이 정하는 경험’은 지금도 쉬운 일은 아니다. 수상 기념 인터뷰에서 작가는 ‘일하는 여성 영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강주룡을 소설화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다. ‘있었다’거나 ‘알게 되었다’가 아니라,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의해서였다고. 작가는 〈동광〉 제23호 인터뷰를 비롯한 강주룡의 남은 기록을 찾아 읽고 공부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 탄탄한 묘사와 완성된 세계를 만들어낸다. 강인한 진짜 여성 캐릭터인 ‘체공녀 강주룡’을 찾아낸다.



다시 시집갈 마음도 없고,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 집이니 땅이니 하는 것도 관심 없다. 그저 제 한 몸 재미나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극장 구경도 하고. 저 커피에도 맛을 들이고. 양장도 맞춰보고. 빼딱구두에 실크 스타킹이니 하는 것도 신어보고. 고무 냄새 나는 보리밥 먹어가며 내가 번 돈, 날 위해 쓰지 않으면 어디에 쓴담. _본문 중에서



사나들이래 우에 그 모양입네까? _본문 중에서



첫 세미나에서 듣거나 한 말들보다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일어난 일이 자주 떠오른다. 기생을 동반한 남자가 저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던 것. 말마따나 사는 내내 손가락질을 받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살아왔으나 실로 손가락질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다. _본문 중에서



내 목숨을 내걸고 외치는 말을 들어주시라요. _본문 중에서



작가는 강주룡이야말로 ‘자신의 대단함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위대함을 지닌 인물’이며, ‘그래서 더더욱 지금 시점에서 호출해야 할 사람’인 ‘매우 현대적인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모든 전기 소설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을 읽노라면 그걸 채 따질 틈도 없이 ‘강주룡’이라는 인물의 매혹적인 실재에 그저 동의하고야 만다.



강주룡이 평양 을밀대의 지붕 위로 올라간 지 8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때로부터 얼마큼이나 뒤집어져 있을까.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저기 저 지붕 위에 여전히 사람이 있다는 것도. 어쩌면 그게 나일 수도 있다는 것도.





■ 줄거리



《체공녀 강주룡》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삶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1901년 평북 강계에서 태어난 강주룡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서간도로 이주한다. 스무 살이란 늦은 나이에 다섯 살 연하의 최전빈과 혼례를 치른 주룡은 독립군의 뜻을 품은 전빈을 따라 서간도 통의부에 있는 백광운 장군 휘하 독립군 부대에 들어간다. 하지만 전빈과 동료들과의 불화로 6개월 남짓의 독립군 활동을 끝내고 산을 내려가 친정으로 돌아간다. 반년 뒤 전빈의 위독함을 듣고 달려가지만 끝내 그의 임종을 지켜보게 된다. 전빈의 죽음을 알리러 간 시가에서 ‘남편 죽인 년’으로 욕을 먹고 ‘살인 죄’로 고발까지 당해 감옥에 갇히지만 이후 증거 부족으로 풀려난다. 하지만 그런 주룡이 부끄러운 아버지가 가족을 데리고 사리원으로 이주하고, 이후 논밭 서너 마지기를 받고 지주에게 시집보내려는 부모의 뜻을 알아챈 주룡은 도망치듯 평양으로 간다.

평양에 도착한 주룡은 셋방살이를 하며 고무 공장 일을 한다. 일은 고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제 손으로 번 돈을 제 뜻대로 쓰는 재미,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를 알게 된 주룡은 간도에 갈 여비만 모으면 그만두려던 공장 일을 계속한다. 제사 공장에 다니는 주인댁의 맏딸 옥이와는 자매처럼 지낸다. 주룡은 옥이에게서 제 어린 날의 낯을, 강녀를 보며 막연하게나마 모던 걸을 꿈꾼다. 한편, 대공황의 여파로 주룡이 일하는 공장에서 단축 근무에 점심도 주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잦아진다. 파업단 단원에 이끌려 동료들과 함께 천막으로 들어간 주룡은 새내기 파업단 교육을 처음 듣게 되고, 그 뒤부터 단축 근무 날이면 동료들과 함께 파업단 본부로 향한다. 파업단을 탈퇴하는 삼이를 대신해 자진하여 파업단에 가입한 주룡은 신입 조합원 결의 발언 차례가 되자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 이렇게 말한다. “반갑습네다, 동지들. 평원 고무 공장 장부공 강주룡이 인사드립네다. 내래 차기 평양고무직공조합의 장이 되려구 가입했습네다.” 그날을 기점으로 주룡은 한 명의 직공으로서 근대 노동의 비인간성을 체험하며 계급의식을 키워나가게 되고, 이후 조선노동당 출신 엘리트 정달헌을 만나 그가 조직한 평양적색노동조합 결성준비위원회에 참여한다. 그즈음 주룡은 평양의 고무 직공 이천삼백 명과 함께 한 달에 걸쳐 총파업을 벌이지만 끝내 실패한다. 이듬해 5월 평양 고무 공장 공장주들이 재차 임금 감하를 결의한다. 주룡은 앞장서서 다시 한 번 평원 공장의 파업을 이끌어보지만, 파업단 천막 안에서 정달헌이 사상범으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흔아홉 명의 파업단과 함께 공장에 잠입해 벌이던 아사 투쟁 또한 결국 경찰의 진압으로 실패한다. 주룡은 죽음으로써 평원 고무 공장의 횡포와 자신들의 싸움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결심하고, 광목천을 한 필 사서 한밤중에 십여 미터 높이의 을밀대에 오른다. 이 일로 주룡은 ‘을밀대의 체공녀’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후에 잡지 〈동광〉 제23호에 인터뷰가 실린다. 주룡은 사람들에게 외친다. “마흔아홉 파업단 동지들의, 이천삼백 피양 고무 직공의, 조선의 모든 노동하는 여성의 단결된 뜻으로 호소합네다.”

한편, 체포되어 수감되어 있던 달헌은 어느 날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그 전까진 한 번도 없었던 면회 신청을 받게 된다. 강주룡이리라 생각하지만, 면회실 안으로는 주룡의 동료 삼녀가 들어온다. 달헌은 삼녀로부터 끝내 파업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강주룡이 나온 신문기사를 모은 종이 뭉치를 건네받는다. 달헌은 옥방에 앉아 한 장 한 장 기사를 읽어간다. 을밀대 지붕에서 수 시간을 농성하며 버티던 주룡을 일본 경찰이 그물을 쳐놓고 밀어 떨어뜨린 것. 주룡이 구류된 사흘 동안 옥중에서도 단식을 강행하며 임금 감하 철회를 부르짖은 것. 풀려나자마자 공장으로 돌아가 새 직공을 태워오는 통근차 앞에 누워 농성을 벌인 것. 끝내 직접 교섭으로 공장주를 이끌어내 임금 감하 철회 선언을 하게 한 것. 하지만 정작 주룡 자신은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 결국 적색노동조합 가담 사실이 밝혀져 투옥된 것. 투옥 중에도 간헐적으로 단식을 반복하며 옥중 투쟁을 벌인 것. 1년 만에 병보석으로 출소된 것. 달헌은 계속 기사를 읽어 내려간다. 마지막 기사는 주룡의 사망을 다루고 있다. 감옥에서 나와 두 달을 앓다가 병원에 간 것.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 병원에서 소화불량과 신경쇠약 진단을 얻은 것. 결국, 생을 마감한 것. 달헌은 감은 눈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주룡이 빛나는 흰 광목천을 잡고 선녀처럼 을밀대 지붕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듣는다. 저기 사람이 있다고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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