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에 관한 편지

관용에 관한 편지

  • 자 :존 로크
  • 출판사 :책세상
  • 출판년 :2021-04-2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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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를 향한 통렬한 비판



2004년 모 대통령의 ‘수도 서울 봉헌’ 파문은 종교적 자유와 세속적 자유를 혼동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로크에 따르면 이 사건은 통치를 신의 은총으로 정당화하므로 모순이다. 정치에 대한 종교의 지배, 더욱이 특정 종파의 지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지배는 종교 자체의 파괴이고 구원의 실종으로 이어진다. 로크는 그것이 ‘그리스도교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세속적 권리와 종교적 자유를 혼동한 사례는 인류 역사상 비일비재했지만 17세기 유럽은 그 절정의 시공간이었다. 당시 프로테스탄트는 자유를 위한 권리를 주장했고, 이런 프로테스탄트에 대한 가톨릭의 탄압이 이어졌다. 로마 가톨릭의 정통성을 내세우며 왕권신수설을 신봉하는 구세력은 종교적 자유와 입헌군주제를 옹호하는 프로테스탄트를 정치적 종교적으로 박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지식인들은 저마다의 종교적 입장에 따라 논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관용에 관한 편지』는 이 당시 경험론 철학의 선구자인 로크가 정치와 종교의 구분을 주장하는 입장을 드러낸 저작이다.



로크는 구원에 대한 믿음으로 위장된 종교의 지배 욕망을 비판하고, 그리스도교 본래의 순수성을 회복시키려 했다. 그는 종교적 지배 현상이 정치와 종교, 공화국과 교회를 구별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두 영역 간의 경계를 허무는 데에서 비롯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두 사회의 구별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권력이 어디까지나 인민의 지지에 기초한다고 믿었던 그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가진 정치적인 정체성과 종교적인 정체성이 구분되지 않은 채 다수가 다수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통치할 때, 그 국가는 정치적 통치뿐만 아니라 종교적 지배까지 하게 된다고 말한다. 동의에 근거한 정당한 통치가 아닌 자의적인 지배가 생겨나고, 이렇게 되면 ‘인민 전체의 재산res populi’을 의미하는 ‘공화국res publica’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로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정체성인 시민적 정체성과 종교적 정체성을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각각 공화국과 교회의 영역에 국한시킨다. 이로써 종교적 다수가 그대로 정치적 다수가 되어 소수를 억압하지 못하고 나아가 종교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로크의 주장은 후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옹호한 것처럼 종교에서도 국가교회라는 독과점 시대가 끝나고 교파교회라는 자유 경쟁의 시대가 올 것임을 예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관용과 자유를 위하여



로크는 종교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근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종교나 민족, 언어가 아니라 시장 질서이다. 국가에 대한 시장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국민들의 시민적 자유는 물론 종교적, 언어적, 문화적 자유마저 침해받는다. 교회가 국가를 지배할 때에 시민적 자유는 물론 종교적 자유도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가령 한국 사회에서 영어가 지배적인 언어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이 언어를 사용하는 혹은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다수로서 정치 권력을 장악하여 그들의 언어적 정체성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관용이 뿌리내릴 수 없는 시장이 정치뿐 아니라 다른 영역마저도 지배하여 시장 질서의 다수 공동체만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거나 방기하는 것은 사실상 종교와 언어, 민족과 문화에 대한 시장의 전제적 지배를 허용하는 것이다. 불신자를 개종시키려면 아무리 강한 부대도 신의 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로크의 말은 관용 없는 거짓 믿음이 결국 신에 대한 모독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한 것이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권력이 관용 없는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로크의 주장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를 관용의 눈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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