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2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2

  • 자 :강혜원, 계득성, 전종옥
  • 출판사 :푸른숲주니어
  • 출판년 :2016-03-10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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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어 교사들이 모여

세계 명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라!

여럿이 함께, 생각의 지도를 그리자!



세계 명작, 이젠 다르게 읽는다




푸른숲 청소년 ‘생각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의 열여섯, 열일곱 번째 책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1·2》는 세계 명작을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며 어렵게 느끼는 청소년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를테면 가스통 르루, 스탕달, 제인 오스틴, 쥘 베른, 찰스 디킨스, 허먼 멜빌, 세르반테스 등 이름은 익숙하지만 정작 그들의 작품을 끝까지 읽지 못했거나, 읽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마련된 독서 교육 길라잡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만 요약해 놓고, 주제와 작가의 생애만 도식적으로 정리해 놓은 기존의 명작 다이제스트 판과는 확연히 다르다. 현직 국어 교사로 꾸려진 저자들은 독자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법한, 작가나 작품에 대한 해설은 물론 작품의 심도 깊은 부분까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풀어서 들려준다.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백 년 이백 년 전의 세계 명작을 왜 지금 굳이 읽어야 하는지, 현재적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등등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특히 교과 과정과 연관된 지식을 중간 중간 팁 형식으로 전달하고 있어 선생님 또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둘러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생각하며 토론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재미있고 풍성한 정보 팁과 시각 자료를 함께 싣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 보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세계 명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일찍이 마크 트웨인은 세계 명작, 즉 고전(古典)을 “누구나 한번쯤 읽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은 책”으로 정의한 바 있다. 명작의 가치를 폄하했다기보다는 고전에 대한 부담이 자칫 독서 자체에 흥미를 잃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리라.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1·2》는 이와 같은 명작 읽기의 당위성과 부담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고전의 지혜를 발판 삼아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계관과 인생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삶과 작품의 문학사적 의미, 작품 탄생의 시대적 배경과 현재적 의미 등 기본적인 작품 분석에도 물론 충실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을 여러 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앎과 삶을 자연스레 연계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옛 시대의 고전을 오늘날의 우리가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명쾌한 해설과 통통 튀는 팁 속으로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1·2》의 가장 큰 매력은 현직 국어 교사들로 구성된 저자군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국어 교사들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원작의 숨은 매력과 작가의 삶, 시대적 상황, 다양한 주변 정보 등을 한데 녹여 낸 것은 다른 명작 해설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도이다.

국어 시간, 문학 시간에 배우는 작품의 구성이나 시점, 문체, 용어 등을 어렵고 딱딱한 개념으로 주입하는 대신, 특정 작품을 읽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려는 시도는 차별화된 저자군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아울러 작품을 읽으면서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크고 작은 정보들을 담은 팁 역시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신문의 가십난처럼 술술 읽히는 팁은 언뜻 가벼워 보이지만 작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가득하다. 작품의 소재, 관련 사상, 다른 버전의 작품, 작가나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 등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은 작품의 여러 갈래를 한 번에 꿰뚫는다. 또한 그 시대와 작품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 우리 모습의 면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가벼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작품을 재구성하고, 의문을 품도록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러한 팁 구성은 다른 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치이다.





가스통 르루, 제인 오스틴에서 너대니얼 호손까지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1》에서는 매혹적인 줄거리와 뮤지컬, 영화 등의 공연 예술로 널리 알려진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이 품은 의미 등을 파헤치는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스탕달의 《적과 흑》,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과 《올리버 트위스트》, 아서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 등을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국어 선생님과 함께 읽는 세계 명작 2》에서는 포경이라는 소재에 인간과 자연의 위대함을 절묘하게 녹여내 선구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인간의 이중적인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지킬 박사와 하이드》, 무모하고 어리석은 이상주의를 다루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주인공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 보게 만드는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19세기 미국 청교도 시대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은 《주홍 글씨》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읽기와 삶 읽기



가스통 르루가 1910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오페라와 유령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줄거리 설명에 그치지 않고, 소외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필요성, 편협한 이분법적 시각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데까지 나아간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지금도 오페라 극장의 지하 어둠 속에서 가면으로 자신을 가리고 살아가는 사람은 과연 없는지……. …… (중간 생략)……

성적인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는 동성애자들이 있다. 장애인 복지와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진 지도 이미 오래이건만, 장애우들은 지금도 인간적인 권리와 복지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이 시대의 또 다른 에릭인 외국인 노동자들은 힘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온갖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소연할 데조차 없다. 또 혼혈인들은 어떤가? 같은 혼혈인이어도 피부색에 따라 달리 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과연 이것이 21세기의 모습인가? 이런 모습으로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관심과 편견으로 19세기의 에릭처럼 그들이 어둠 속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게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에릭은 이제 오페라 극장의 지하가 아니라 무대 위로 당당하게 올라와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 힘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에게 씌운 가면을 벗겨 주어야 할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

2009년 2월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도시 빈민들을 찾았을 때 했다는 말씀이 귓가를 울린다.

“정부와 대기업 또는 어떤 개인일지라도 이 세상에 집 없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호화 주택을 짓거나 가질 권리가 없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그 말씀대로 살고 있을까?

―1권 ‘오페라의 유령_그에게 허락되었던 단 한 번의 사랑’ 34~35쪽에서





문학으로 읽는 시대 정신



19세기 영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찰스 디킨스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작품 《위대한 유산》. 주인공 핍이 동경해 마지않던 신사의 의미와 우리나라 양반의 개념과 덕목, 산업 사회에 대한 디킨스의 시선 등을 두루 다루고 있어 문학 작품을 통해 당시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문화적 풍토 등을 살필 수 있다.



찰스 디킨스가 살던 19세기는 《위대한 유산》의 시대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가히 ‘영국의 시대’라 불릴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시기이다. 18세기 중반에 일어난 산업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19세기 영국 사회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이는 영국이 ‘세계의 공장’,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영국은 세계 인구의 사분의 일, 대륙의 오분의 일을 통치하는, 그야말로 황금시대를 누리고 있었다.

산업 혁명은 그 전까지의 인류 문명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명을 만들어 냈다. 단순히 생산량이 증가하고 이동 거리가 늘어난 정도가 아니었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대량 생산을 하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대량 소비가 이루어졌으며, 지구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 선봉에는 영국이라는 나라가 우뚝 서 있었으며, 영국의 핵심부가 바로 런던이었다.

사람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산업화에 따라 생산력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도덕, 가정 등 생활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빈부 격차, 물질 만능주의, 인간성 상실 등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불거진 문제들도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손쉽게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자본가들이 있는가 하면, 끼니를 때우지 못해 빵을 훔쳐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농촌의 인구가 대거 도시로 밀려들어 빈민층을 형성했고, 몰락한 귀족보다 자본가가 더 막강한 힘을 갖게 되면서 점차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은 돈과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으며, 속물적인 출세주의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가족, 사랑, 도덕 등의 가치는 거추장스럽고, 심지어 혐오스러운 것으로까지 치부되기 시작했다.

―1권 ‘위대한 유산_진정 참다운 신사는 사랑의 마음을 가진 사람’ 99~101쪽에서





열린 생각, 다양한 의미망



발표 당시 ‘자극적인 소재로 범벅이 된 싸구려 통속 소설’이라는 혹독한 비난을 받았던 스탕달의 《적과 흑》은 대혁명이 휩쓸고 지나간 프랑스 사회를 속속들이 보여 주는 거울 역할을 담당했다. 이 책에서는 《적과 흑》을 여러 가지 맥락으로 짚어 봄으로써, 한 가지 의미로만 정리되는 단편적인 작품 해석 대신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한다. 더불어 예전 작품에 새롭게 숨결을 불어넣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 누가 어떤 ‘죄’를 지었고, 어떤 ‘벌’을 받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그 세계로 깊이 끌어들이는 것처럼, ‘적과 흑’이라는 제목 역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과연 ‘적’과 ‘흑’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흑’을 성직자로, ‘적’을 살인자 또는 사제복에 튄 핏자국으로 해석한다. 이 주장은 쥘리엥이 드 레날 부인을 권총으로 쏘는 내용과는 맞아떨어지지만, 그것이 매우 단편적인 데다 우발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볼 때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쥘리엥이 신분 상승의 방편으로 군대와 성직을 꼽았듯이 ‘적’은 그 당시 기마병의 제복, 즉 군대를 상징하고, ‘흑’은 사제들의 사제복으로 대변되는 교권을 뜻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 밖에도 ‘적’은 공화주의를, ‘흑’은 교권을 중심으로 귀족 계급과 한패를 이룬 반동적 음모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흑’은 사제복으로 대표되는 교회 또는 교권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적’과 ‘흑’이 어떤 대립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라면, ‘적’은 교회와 귀족에 맞섰던 나폴레옹 군대나 ‘자유주의’, ‘공화주의’ 사상을 의미한다. 이를 주인공 쥘리엥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제가 되는 길인 ‘흑’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기병이나 나폴레옹 군대가 되는 길인 ‘적’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물론 앞서 얘기한 것 말고도 다른 해석들이 충분히 가능하다. 문학 작품을 어느 한쪽으로만 해석하려 드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접근은 작품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생각한 ‘적’과 ‘흑’의 의미는?

―1권 ‘적과 흑_열정이 지나간 자리에서 생을 바라보다’ 191~193쪽에서





인간과 시대를 비추는 거울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칭송해 마지않았던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읽고 나서도 그 숨은 의미를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위대한 개츠비》가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작품이 담고 있는 시대의 풍속, 주인공들의 변화하는 내면 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저 멀리 조그맣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며 끝없는 어둠 속을 헤쳐 나가는 개츠비.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더라도 삶의 희망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과 그 희망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삶의 자세는 기회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미국의 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개츠비의 위대성은 미래에 대한 이상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데에 있다.

물론 개츠비의 꿈에 더러운 먼지가 끼어 있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를 사랑하고 이미 흘러가 버린 과거를 돌이키느라 그의 꿈은 변질되고 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위대한 개츠비》가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혼돈의 시대, 광란의 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를 맞아 미국의 꿈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일러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츠비의 위대함과 그 한계를 통해 1920년대를 미국의 비판적 시각으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미국 최고의 소설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2권 ‘위대한 개츠비_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사나이, 사랑의 함정에 빠지다’

93~94쪽에서





폐부를 찌르는 공포 소설의 백미



약 200년 전, 열아홉 살의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슈타인》은 주인공의 허벅지 살로 생명체를 만들어낸다는 언뜻 허황된 줄거리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존재를 부정당한 괴물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날카로운 경고는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음직한 근원적인 고민에 맞닿아 있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째서 나는 이토록 외로운 것인가?”

이런 의문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 달라는 안타까운 절규이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름이 없는 까닭에 괴물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 괴물이 떠나온 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으며, 그가 죽음을 맞는다고 해도 슬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괴물은 자신의 뿌리인 빅터를 찾아가지만 별 도움을 얻지 못한다. 도움은커녕 더욱 절망스러운 말을 듣게 될 뿐이다. 자신을 만들어 낸 창조주에게서마저 버림을 받은 것이다.

정체성을 찾지 못할 때 우리는 자기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으며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하쿠는 센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름을 빼앗기면 돌아갈 길을 알 수 없게 돼.”괴물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유도 이름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여기서 이름은 곧 정체성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대다수 인간들에게 소외당하는 괴물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것은 편견과 억압의 굴레에 갇혀 있는 여성들일 수도 있고, 고된 일과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이웃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성과 과학의 사생아인 괴물을 통해,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괴로운 삶을 이어 가는 소외된 존재의 아픔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2권‘프랑켄슈타인 _ 이름 없는 괴물의 비극적 운명’, 본문 188~18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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