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 자 :신성식, 차형석
  • 출판사 :알마
  • 출판년 :2014-07-01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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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과 야만의 시대

느리게 같이 꾸는 꿈, 협동조합



조합원 17만여 명, 연매출 3450억 원,

한국형 협동조합의 새 장을 연 아이쿱 신성식 대표를 만나다



알마출판사의 이슈북, 인문사회 교양의 교두보 역할을 하다




시대의 변혁기에 유럽에는 팸플릿북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찌라시북이 있었다. 당시 지성인들은 사회적 이슈를 발 빠르게 문자화해 대중과 소통했다. 공산당선언문이나 에르푸르트 강령 해설서도 같은 방식으로 유통되었다. 복잡하고 다양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만큼 여론의 형성도 속성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알고 비판하는 문화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여론 형성을 위해 전문 저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대다수의 인문학 책들은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다. 책의 두께도 두툼한 뿐더러 책의 서술 방식, 내용의 초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슈북은 그 명칭대로 시사적으로 첨예한 이슈를 고리 삼아 역사와 철학, 문학, 정치, 사회의 풍성한 향연을 펼친다. 또 때로는 인문학의 아주 근본적인 개념을 쉽고 명쾌하게 풀어낼 것이다.





한국형 협동조합의 모델을 제시하다



우리는 늘 위기 아래 살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위기’ 상황은 일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경제발전이 이루어져도 ‘선제적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삶과 일자리가 위협받으며, 실제 경제위기가 닥쳤을 땐 대규모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위기가 아닌 시기에는 위기에 대비해야 하고, 위기인 시기에는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시적 비상 상황. 그 피로감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분노감으로, 그리고 대안적 삶에 대한 기대감으로 뻗어나갔다. 그 중심에 협동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의 힘은 위기의 시대에 더욱 빛났다. 수많은 주식회사들은 월스트리트가 휘청거리면서 함께 위기에 처했으나, 협동조합들은 안정적이고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또한 협동조합들은 설사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인력 감축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일자리를 늘리거나 나누었다. 무엇이 주식회사와 협동조합 간의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협동조합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한국에서도 협동조합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이 책은 자본주의의 탐욕을 견제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한국의 현실에서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미 국내에서 외국의 성공적인 협동조합들, 이를테면 AP통신과 FC바르셀로나, 썬키스트, 이탈리아 볼로냐 등의 사례는 여러 차례 조명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협동조합을 세밀히 들여다본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2012년 12월 한국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협동조합이라는 기업 형태로 대안적 길을 찾는 이들이 갈증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쿱 생활협동조합을 다룬다. 이미 《협동조합, 참 좋다》로 이 주제를 밀도 있게 취재한 적 있는 〈시사IN〉의 차형석 기자가 국내 최대 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의 신성식 경영대표를 인터뷰했다. 20여 년 간 협동조합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신성식은 누구보다도 한국의 협동조합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영세한 규모의 지역생협부터 시작해 조합원 17만여 명, 연매출 3450억 원의 규모의 아이쿱생협을 일구기까지 협동조합 경영 실무자로서 활약해왔다. 이 책에서는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한국 협동조합의 역사와 가치까지 소략하지만 두루 다뤘다. 협동조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한국의 현실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기업을 안착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풍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은 ‘사람’이 힘이다



신성식이 강조하는 것처럼 협동조합과 주식회사를 가르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1인 1표제’다. 이는 단순히 제도 차원의 의미를 넘어 가치와 철학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즉 1인 1표제는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람의 논리를 따른다는 상징이자 선언이다.

주지하듯이 주식회사는 ‘1주 1표제’를 따른다. 주식의 소유 정도가 많을수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목소리가 높다. 다시 말해 자본의 논리가 주식회사의 상식이다. 이는 이른바 금융자본주의 하의 투기자본과 맞물리면서 악영향을 끼쳐왔다. 가령 투기자본은 세계 곳곳의 주식회사 지분을 장악한 뒤, 회계 장부 상의 이익을 저울질하며 인력을 구조조정하거나 비정규직화하는 방식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과 일자리를 뒤흔들었다. 이에 반해 1인 1표제는 주식 소유 정도에 관계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등한 발언권을 갖는다. 1주를 가졌건 10만 주를 가졌건 동등하게 1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투기자본이 영향력을 발휘할 공간이 지극히 협소해진다. 자본에 의한 장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협동조합을 금융위기 아래에서도 견고한 성장을 하도록 이끈 기본적인 힘이다.

1인 1표제에서 나타나듯이 협동조합의 힘은 ‘사람’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협동조합의 성패를 가르는 것 또한 얼마나 사람을 중시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주식회사처럼 자본을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은 시스템에서 사람의 조직화가 곧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아이쿱은 여러 장치를 통해 ‘사람의 힘’을 모으는 데 주력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1997년 시작한 조합비제도로, 현재도 아이쿱생협만 하고 있는 독특한 제도다. 아이쿱은 물품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조합비를 걷고 마진을 없앴다. 가령 조합비를 내면 구입 수량에 상관없이 싼 가격으로 물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조합비를 낸 조합원들이 계속해서 아이쿱 물품을 이용하도록 자극했다. 어차피 조합비는 동일하니 많이 이용할수록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손해였을지 몰라도, 입소문을 듣고 새로 가입한 신규 조합원과 그들의 잦은 이용으로 곧 선순환이 시작되었다. 조합원이 늘어남에 따라 조합비를 더욱 낮출 수 있었고 이는 새로운 조합원을 더욱 불러들였다. 아이쿱은 협동조합의 힘이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이를 구체적인 제도로 정착시킴으로써 한국형 협동조합의 새 장을 열어젖혔다.





상호부조의 협동조합 생태계를 꿈꾼다



쇼핑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단순한 행위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협동조합에서의 쇼핑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많은 이가 힘을 합쳐 서로가 서로를 돕는 생존의 울타리를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이 지적하듯 “노동자는 개개의 생산과정에서는 예속되어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오히려 자본에 대해 우위에 서 있다.” 즉 자본의 예속을 깨고 나갈 힘이 ‘쇼핑’이라는 단순하고 평화로운 행위 안에 마련되어 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닌 조합원의 이익이 목적인 협동조합에서 쇼핑이 이루어진다면, 자본의 폭력을 견제하면서 상호부조의 협동조합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신성식은 거대 주식회사 기업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아이쿱의 현재 연매출은 3450억 원대로 지금의 세 배 규모인 1조 원대가 되면 식품업계 10위권 안에 들어가게 된다. CJ, 농심, 롯데 등 거대 식품 주식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그는 아이쿱의 규모가 그 수준까지 도달하면 “시장을 완전히 주도하지는 못해도 독과점 기업들이 가격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며 자신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이쿱생협의 경우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입사할 수 있고 40~50대에 사람을 일방적으로 해고하지도 않는다. 만약 대기업 규모 수준의 협동조합을 꾸릴 수 있다면 다른 삶의 방식을 보통 사람들에게 강하게 호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아이쿱에 대해 ‘가치’와 ‘성장’이 함께 갈 수 있느냐는 날이 선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이에 신성식은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협동조합이란 조합원들의 공동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 목표를 위해선 무엇보다 ‘사업’이 필요하다.” 한국 생협은 협동조합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스페인 몬드라곤 규모의 1퍼센트도 채 안 되는 실정이다. 현실 사회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협동조합 생태계를 꾸리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아직은 씨앗을 뿌리는 단계이지만, 신성식은 믿는다. 더 많은 이가 힘을 합칠 때 윤리적 소비와 윤리적 생산이 맞물리는 협동조합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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