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東西古今)에 걸쳐 비참한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첫째, 늙은 홀아비, 둘째, 늙은 홀어미, 셋째, 부모 없는 아이, 넷째, 자식 없는 늙은이 등으로 바로 사궁(四窮)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네 가지 가운데 한 가지도 거치지 않고 태어나 다복하게 살아가지만, 할머니와 나는 처음부터 인생의 멍에를 등에 지고 허우적대며 시작해야 했다. 그것은 분명 할머니와 나의 숙명적이고도 비극적인 시작을 알리는 불길한 신호였다.